“진오냐? 에미다. 근데 왜 아침은 안 먹구 그래.” 『철도원3대』에는 노동자들의 힘겨운 삶과 인간적인 고뇌가 짙게 배어 있다.
책 속에는 오랫동안 공장에 다니다 집에 들어와 살림을 하던 해고노동자, 그리고 “공장이 외국으로 이전하며 위장파산되어 해고됐다”는 어느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두 달 새 내려올 생각 아예 마라. 쩌어 예전부터 지금까진 죽은 사람이 숱하게 쌨다”라는 냉엄한 현실도 함께한다.
“조선 전국에서 쟁의질하고 동맹파업하느라 난리라는데, 그러면 우리나라가 독립할 것 같냐?”라는 냉소적인 대화는 당시 노동자들이 처했던 사회적 상황과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열심히 해라”며 기계와 함께 작업대 앞에 앉아 멈춰선 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보이듯 그렸다.
또한, 일본 관청이 전쟁 시기 굶주린 부모를 살리기 위해 자녀들을 사창가나 공장으로 팔도록 했던 참혹한 현실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소녀들은 사창가에서 자신의 살을 베어 파는 것 같은 고통 속에 시들어갔고, 공장에서는 소모품처럼 죽어갔다”는 표현은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비극을 함축한다.
이러한 노동의 역사는 해방 후에도 계속되어 왔다. “빨갱이 물이 들었다”는 비난 속에 노동자들은 줄곧 고된 삶을 치러야 했다. 이 책이 묵직하게 다루는 주제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다. 빨갱이로 낙인찍는 현실은 지금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진오는 자신의 가족이 평생 그런 편견 속에서 살아왔노라 생각한다. 노동자는 “수걱수걱 주는 대로 몇 푼 받고 일만 직사하는 착한 백성”으로 간주되며, ‘노예’라는 말만큼은 절대 하지 않는 모순적 현실도 드러낸다.
더 나아가 1945년 해방의 의미가 “8월16일 하루뿐이었다”는 대목과 그 이후에도 일장기와 미군 성조기가 혼재하던 혼란, 해방 이후 펼쳐진 정치적 혼란과 사회의 갈등 역시 비참한 역사 현실을 투영한다.
『철도원3대』는 단지 역사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 그리고 그들이 겪은 아픔과 저항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다. 공장과 사창가에 내몰린 소녀들의 비극과, 그럼에도 “같이 좀 살자”고 외쳤던 목소리는 지금도 가슴에 남아 있다.
모임에서 함께 읽은 이 책은 “잘 읽히진 않았지만 좋은 책”이었다. 저마다의 삶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통해 책과 함께 시대를 더 깊이 바라보았다. 배움과 깨달음을 함께 나누는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느꼈다.
개인적으로 『철도원3대』를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린 건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다. 생생한 노동자들의 삶과 역사 앞에서, 내가 얼마나 그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는지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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